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310

신경숙 <종소리> 당신은 돌아온 새 같다. 이젠 어디에난 깃들을 수 있는 새 같다. "새가 성스러워 보였어" "새의 무엇이?" 당신은 잊은 과거를 되살려내듯 ...라고 중얼거렸다. "브랑쿠시 말이야?" "그래, 우연히 그림책에서 브랑쿠시가 조각한 를 보게 되었는데 마음이 확 끌렸어. 민담에 나오는 거지만 전사들의 수호새라는 것 때문이었겠지" * * * 그녀에게 파키스탄에 가보았느냐고 물었죠 ( ... ) 그곳의 어느 회교 성지에는 오래된 연못이 있다고 했지요. 그 연못에 거대한 악어가 살고 있다고요. ( ... ) 죽음을 앞둔 사람이 성지 관리인에게 돈을 맡기면 성지 관리인은 그날부터 악어가 가장 포악해질때까지 악어를 굶긴다는군요. 죽은 이의 시신을 던져주면 악어가 순식간에 먹어치울 수 있또록요. ( ... ) 그 연못의.. 2005. 12. 1.
롤랑 바르트 - 사랑의 단상 "나는 사랑하고 있는 걸까?-그래,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 사람, 그 사람은 결코 기다리지 않는다. 때로 나는 기다리지 않는 그 사람의 역할을 해보고 싶어 다른 일 때문에 바빠 늦게 도착하려고 애써본다. 그러나 이 내기에서 나는 항상 패자이다. 무슨 일을 하든간에 나는 항상 시간이 있으며, 정확하며, 일찍 도착하기조차 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숙명적인 정체는 기다리는 사람, 바로 그것이다. ...기다리게 하는 것, 그것은 모든 권력의 변함없는 특권이요, 인류의 오래된 소일거리이다. -롤랑 바르트, 중에서 2005. 11. 30.
아빠랑 읽어요 서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있는데 (그렇다고 서현이가 그림책을 제대로 본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아이에게 이런 저런 많은 이야기를 종알거려 주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주제없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잖아. 그래서 아빠가 선택한 것이 그림책 읽어주기. 서현이가 제대로 보든지 말든지 아빠는 묵묵히 그림책을 읽어준다. 그냥 내가 아이에게 뭔가 열심히 말하고 있다는 데 의미를 둔다고나 할까? 그런데 요즘 서현이가 옹알이를 자주 하게 되면서부터는 내가 그림책을 읽는 목소리에 반응을 보인다. 내가 읽을때면 혼잣말로 뭐라고 뭐라고 뭐라고... ^^ 그림책은 안 보고 내 얼굴 보면서 옹알거리는데도.. 아빠만 신났다. 그림책 읽어주는 게 재미있어졌으니까. 오늘 읽어준 책은 에드 영의 '일곱마리 눈 .. 2005. 10. 29.
날아갈 것 같아서 김종삼 시인은 여간해 없는 일로 소학교에 다니는 딸의 소풍에 동행한 일이 있다. 점심을 먹고 났는데 아버지가 보이지 않았다. 딸은 한참 찾던 끝에 언덕 뒤에서 큰 돌을 가슴에 얹어놓고 잠이 든 아버지를 발견했다. 딸은 놀라서.. '아버지, 왜 그래?!'하고 물었다. '응, 하늘로 날아갈 것 같아서 그래..' - 신경림 [시인을 찾아서] 2005. 5. 9.
콩나물을 키우는 이유 초등학교때 교실에서 콩을 키운 적이 있었다. 씨앗이 어떻게 싹을 틔우고 자라나는지를 관찰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창가에 햇살을 듬뿍 받으며 싹을 틔운 콩들은 금새 무성한 콩나물로 성장했다. 당번이 번갈아가며 콩나물에 물을 주었는데, 그 물들은 대부분 아래로 그냥 빠져나가 버리고 말았던 것이 기억난다. "물을 먹지도 않는데 어떻게 저렇게 쑥쑥 자라나요? " 선생님께서 내 질문에 대답하셨다. "너는 오늘 학교에서 배운 모든 것을 내일 기억할 수 있니? 아마 반정도 밖에 기억하지 못할거야. 그 다음 날에는 반의 반, 또 다음 날에는 반의 반의 반밖에 생각나지 않을 거고... 언젠가는 다 잊어버리겠지? 하지만 너는 아무것도 배우기 전의 너와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거야~ 콩나물도 그렇단다. 네가 너도 모르게 많.. 2005. 4. 19.
민들레 홀씨의 가능성 민들레 홀씨는 가능성을 가지고 날아간다. 어느곳에 떨어져 꽃을 피울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아스팔트 위에 떨어져 생을 마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날아가지 않으면 가능성조차 없다. 그러므로 교사는 최선을 다해 민들레 홀씨를 날려야한다. 어느 아이의 가슴에 싹을 틔울지 알 수 없으므로... by 백창우 ..... magickong 2005. 3. 9.
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 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 ( 피터슨, 박병철 옮긴, 히말라야,2000) J.W.피터슨 지음 내게는 여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그애는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합니다. 하지만 아주 특별한 아이랍니다. 내 동생 같은 아이는 정말 드물 거예요. 내 동생은 피아노도 칠 줄 압니다. 손가락으로 전해지는 소리를 느끼는 거지요. 하지만 피아노 소리에 맞춰 노래를 부르지는 못합니다. 그 예쁜 피아노 소리를 들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내 동생은 친구들과 춤을 추고, 일렬로 서서 행진놀이도 합니다. 그애는 구르고, 뛰고 재주넘는 것을 좋아하지요. 놀이터에 있는 사다리를 오르는 데도 선수랍니다. 나는 동생과 사다리를 오르다가 서로 눈길이 마주쳤습니다. 내가 "조심해!" 라고 소리를 쳐도, 내 동생은 듣지 못합.. 2005. 3. 1.
얼굴빨개지는 아이 장 자끄 상뻬 Jean-Jacques Sempe 를 처음 알게 된것은 좀머씨 이야기를 통해서였습니다. '좀머씨 이야기'는 당시 꽤 유명한 베스트셀러였지만 전 아직도 그 이야기가 왜 그리 유명한지 도대체 뭔 이야기였는지 이해할 수가 없네요. 제가 좀머씨 이야기를 열심히 본 건 순전히 삽화때문이었습니다. 그 삽화를 그린 사람이 바로 상뻬랍니다. 지금도 제 교실 한 편에는 '어린왕자'랑 '안도현님의 연어'랑 '얼굴빨개지는 아이'가 나란히 놓여있습니다. 장 자끄 상뻬 (열린책들,1999) * * * 마르슬랭이라는 아이가 있습니다. 그 아이의 가장 큰 고민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얼굴이 빨개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혼자서 놀았고 다른 친구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무런 이유없이 재채기를 하는 르네라는 친.. 2005. 2. 1.
요시모토 바나나 <티티새> 티티새 | 요시모토 바나나 바다란 정말 신기한 것이어서, 둘이서 바다를 향하고 있으면 잠자코 말없이 있든 조잘조잘 수다를 떨든 상관없어진다. 아무리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는다. 파도 소리도, 바다의 표면도, 아무리 거칠게 꿈틀거려도 절대 시끄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p.29) 그것은 반짝반짝 아름답고, 그러나 가슴 아픈 일이었다. 거의 파도와 비슷했다. 피할 수는 없지만 결코 불행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이별. 그런 일을 하다가 문득 손길을 멈추면, 가슴속으로 쉼 없이 밀려오는 아픔보다 한결 애틋하고 설레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p.31-32) 그렇게 공기가 맑은 밤이면, 사람은 자기 속내를 얘기하고 만다. 자기도 모르게 마음을 열고, 곁에 있는 사람에게, 멀리서 빛나는 별에게 말을 걸듯. 내 머리속 '.. 2005. 1. 22.
Carpe Diem John Keating Oh Captain, my captain. Who knows where that came from? Anybody? Not a clue? It's from a poem by Walt Whitman about Mr.Abraham Lincoln. Now, in this class, you can call me either Mr. Keating or if you're slightly more daring, Oh Captian, my Captain 존 키팅 오 선장님, 나의 선장님이여. 이게 누구 시에 나오는지 아는 사람? 아무도 없나? 전혀 모르겠나? 이것은 에이브라함 링컨을 찬양한 월트 휘트먼의 시다. 자 이 수업에서는 나를 키팅 선생님이라고 불러도 좋고, 아니면 대담하게 '오 선장님.. 2005. 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