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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야기

얼굴빨개지는 아이

by 소금별쌤 2005. 2. 1.
장 자끄 상뻬 Jean-Jacques Sempe 를 처음 알게 된것은
좀머씨 이야기를 통해서였습니다.
'좀머씨 이야기'는 당시 꽤 유명한 베스트셀러였지만
전 아직도 그 이야기가 왜 그리 유명한지 도대체 뭔 이야기였는지 이해할 수가 없네요.
제가 좀머씨 이야기를 열심히 본 건 순전히 삽화때문이었습니다. 그 삽화를 그린 사람이 바로 상뻬랍니다.

지금도 제 교실 한 편에는 '어린왕자'랑 '안도현님의 연어'랑
'얼굴빨개지는 아이'가 나란히 놓여있습니다.


장 자끄 상뻬 <얼굴빨개지는 아이> (열린책들,1999)

               *             *               *

마르슬랭이라는 아이가 있습니다.
그 아이의 가장 큰 고민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얼굴이
빨개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혼자서 놀았고 다른 친구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무런 이유없이 재채기를 하는
르네라는 친구를 만납니다...

이야기는 이 두 꼬마의 우정을 말합니다.
하지만 어설픈 논리로 이들의 우정을 미화하거나
얼굴빨개짐을 두려워 하지 말고 꿋꿋하게 살아라는 식의
황당한 교훈에서도 비켜서 있습니다.
그저 잔잔한 나레이션같은 글과
  익살스런 그림들...

      *                     *                    *

[마르슬랭은 감기에 걸릴 때마다 그의 친구처럼 기침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흡족해 했다.   그리고 르네 역시 햇볕을 몹시 쬔 어느 날, 그의 친구가 가끔씩 그러는 것처럼 얼굴이 빨개져 버린 것에 아주 행복해 한 적이 있었다.  둘은 정말로 좋은 친구였다.]

[ 하지만 마르슬랭은 <그렇게 까지> 불행하지는 않았고,  단지 자신이 어떻게, 언제 그리고 왜 얼굴이 빨개지는 지를 궁금하게 여겼을 뿐이었다.
내가 여러분을 우울하게 만들 생각이었다면, 이제부터 여러분에게 이 두 친구가 자신들의 일에 떠밀려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려 했을 것이다.  
사실, 삶이란 대개는 그런 식으로 지나가는 법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우연히 만나고, 매우 기뻐하며, 몇 가지 계획들도 세운다. 그리고는, 다신 만나지 못한다.  왜냐하면 시간이 없기 때문이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며, 서로 너무 멀리 떨어져 살기 때문이다.  혹은 다른 수많은 이유들로...
그러나 마르슬랭과 르네는 다시 만났다.  게다가 그들은 아주 자주 만났다.
또 여전히 짖궂은 장난도 하였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아무 얘기도 하지 않고 있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함께 있으면서 결코 지루해 하지 않았으니까. ]

            *               *                        *
정말 편안한 사람이란 함께 있으면서도
침묵이 어색하지 않은 사람일 것입니다.

자신의 모습에 컴플렉스가 있는 꼬마들이나
친구랑 자주 싸우는 장난꾸러기들에게 권합니다...
어른이 되어서 다시 꺼내보아야 할 책으로...



상뻬의 다른 책들..
'속 깊은 이성친구' '라울 따뷔렝' 뉴욕스케치'
'랑베르씨' '랑베르씨의 신분상승' '사치와 평온과 쾌락'
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얼굴빨개지는 아이'와 '라울 따뷔렝'외에는...
우리와 문화가 너무 동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별 흥미를
못느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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