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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야기

신경숙 <종소리>

by 소금별쌤 2005. 12. 1.
당신은 돌아온 새 같다.
이젠 어디에난 깃들을 수 있는 새 같다.


"새가 성스러워 보였어"
"새의 무엇이?"
당신은 잊은 과거를 되살려내듯 <마이아스트라>...라고 중얼거렸다.
"브랑쿠시 말이야?"
"그래, 우연히 그림책에서 브랑쿠시가 조각한 <마이아스트라>를 보게 되었는데
마음이 확 끌렸어. 민담에 나오는 거지만 전사들의 수호새라는 것 때문이었겠지"
       <종소리>


*            *                *

그녀에게 파키스탄에 가보았느냐고 물었죠 ( ... ) 그곳의 어느 회교 성지에는 오래된 연못이 있다고 했지요. 그 연못에 거대한 악어가 살고 있다고요. ( ... ) 죽음을 앞둔 사람이 성지 관리인에게 돈을 맡기면 성지 관리인은 그날부터 악어가 가장 포악해질때까지 악어를 굶긴다는군요. 죽은 이의 시신을 던져주면 악어가 순식간에 먹어치울 수 있또록요. ( ... ) 그 연못의 악어는 신성한 것으로서 그들에게 대접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악어가 그들의 영혼을 매혹시켰거나 아니면 두려움에 떨게 했을 거예요. 라고도 했죠. 사람들은 자신을 두렵게 하는 것들에게 매혹당하죠. 하면서요.
   <물 속의 사원>


*            *             *

부석사의 당간지주 앞에서 무량수전까지 걸어보라고 했던 사람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절집이 대개 산 속에 있게 마련인데 부석사는 산등성이에 있다고 했다. 개울을 건너 일주문에 들어서면 양쪽을 사과나무들이 펼쳐져 있다고. 문득 뒤돌아보면 능선 뒤의 능선 또 능선 뒤의 능선이 펼쳐져 그 의젓한 아름다움을 보고 오면 한 계절은 사람들 속에서 시달릴 힘이 생긴다고 했다.

무슨 음식이든 맛있게 먹는 남자가 좋은 남자라고 했다. 음식을 공경할 줄 모르는 남자는 여자를 골탕 먹인다고.



첼로 소리가 흘러 나온다. 콜 니드라이예요. 혼자 말하듯 중얼 거리고는 그녀는 스르르 눈을 감는다.
" 연주자는 자클린느 뒤프레예요. 가장 절정기 때 손을 다쳐 더이상 첼로를 다룰 수 없었던 비운의 연주자죠. 그때 나이도 젊었는데.... 몇 살이었더라.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과 부부였죠. ( ... ) 자클린느는 병원에서 임종의 순간까지 이곡을 반복해서 들었다고 해요" (.....) " 우리말로는 '신의 날'이라는 뜻이에요. 자클린느가 병상에서 임종을 맞이할 때 들었다는 얘기를 들은 이후로는 이 곡을 들을 때마다 가끔 누가 연주한 걸로 들었을까 생각하죠. 누구의 것으로 들었을까. 혹 자신이 연주한 걸로 들었을까 ... 아니면 누구의 것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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