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림책이야기

온라인 세대의 백과사전

by 소금별쌤 2008. 11. 3.
아찔한 세계사 박물관 - 전4권 세트아찔한 세계사 박물관 - 전4권 세트 - 10점
리처드 플랫 지음, 김은령.이주희 옮김, 노희성.이승숙 그림/푸른숲
아침독서운동본부로부터 서평을 부탁 받았던 책이다. 중학교때 내 방 책장 네 칸을 가득 채운 백과사전을 선물받은 적이 있었다. 당시 가격은 기억나지 않지만 너무 비싸 초등학교 때는 사줄 엄두를 못 냈던 아버지께서 몇년 새 가격이 엄청나게 떨어지자 충동구매를 했던 것이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모두 읽었다는 제이콥스만큼은 못 되어도 가끔은 목적 없이 아무 책장이나 펴들고 사진과 글을 재미있게 읽었다. 하지만 자랑스러운 백과사전의 출판은 그리 오래 이어지지 않는다. 컴퓨터의 보급으로 CD 몇장에 모든 내용이 담기게 된 것이다. 백과사전은 몇 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 덕분에 많은 아이들과 만나게 되었지만 정작 출판사는 더 이상 백과사전을 펴낼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또다시 인터넷의 보급으로 백과사전은 포털 사이트의 하위 서비스로 들어가 서서히 사라지고 말았다. 종이에서 CD로 다시 포털 사이트의 검색으로 차츰 권위와 위상이 줄어들던 백과사전은 최근 위키백과라는 새로운 강적과 마주하게 된다. 위키피디아로 시작된 위키는 기존 백과사전이 전문가의 검증과 편집 과정을 거쳐 완성되고 보급되던 것과 달리 온라인 상에서 일반인에 의해 씌여지고 수정, 추가되고 있다. 이른바 집단 지성에 의한 백과사전의 등장이다. '아찔한 세계사 박물관' 시리즈를 처음 만났을 때 예전 내가 만났던 백과사전의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 시절의 백과사전 그대로가 아니라 위키백과와 경쟁해야 하는 온라인 시대의 진화된 백과사전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이 시리즈는 음식, 옷, 놀이, 의학이라는 큰 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지식을 전달하려 애쓰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신기하고 믿을 수 없는, 때로는 끔찍한 이야기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의 역사관과 세계관을 이해하게 된다. 요즘 아이들이 흥미 있어 하는 '엽기'라는 주제를 다른 세계를 이해하는 열쇠로 활용한다. 하나는 주제를 중심으로 즐겁고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가 백과사전의 엄숙함을 통쾌하게 날려 버리고 이야기 자체를 즐길 수 있다. 그리고 단순한 역사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함께 한다. <달콤하고 살벌한 음식의 역사>에서는 종교에 따라 왜 금기하는 음식이 있었는지, 쥐를 먹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 등 문화의 다양성에 관한 이야기를, <엉뚱하고 아름다운 패션의 역사>에서는 모피 때문에 멸종해가는 동물들, 역사상 가장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파딩게일과 코르셋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짜릿하고 신나는 놀이의 역사>에서는 컴퓨터 앞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에게 동양의 무술, 로마, 아즈텍, 마야족의 공놀이,건물, 다리 같은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베이스점프, 번지점프같이 위험하지만 스릴 있는 놀이를 소개한다. <황당하고 위대한 의학의 역사>에서는 과거의 의술을 소개하고 잘못된 의학지식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준다. 이 책은 특정한 한가지 주제에 머물지 않고 음식, 패션, 놀이, 의학 네 개의 주제를 중심으로 역사와 문화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찾아낸다. 역사, 특히 세계사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의 공통된 고민은 다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경험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시리즈는 다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아이들이 좀 더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 정회
http://grium.tistory.com2008-11-03T09:37:170.31010

'그림책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눈독들이기  (0) 2008.11.07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 하나 있다면...  (0) 2008.11.02
원주에서 산다는 것  (1) 2008.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