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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야기

놀기 위해 세상에 온 아이들

by 소금별쌤 2008. 11. 20.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 - 10점
편해문 지음/소나무


<옛 아이들의 노래와 놀이 읽기> <산나물아 어딨노>를 펴내며 아이들 놀이와 노래, 옛 이야기를 널리 알리고 다니던 편해문 선생님이 인도 아이들의 놀이를 모아 놀이에 관한 생각과 인도 아이들의 사진을 함께 실었다.
돌이켜보면 우리 세대까지는 그래도 어둑해지도록 골목길에서 뛰어 놀다가 어머니의 부름에 마지못해
이끌려가던 기억이 남아 있다. 땅따먹기, 일곱발뛰기, 딱지치기 .... 자전거 탄 풍경의 <보물>에 나오는 것처럼 신나고 재미있는 놀이들을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의 놀이는 컴퓨터 게임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 학교로 학원으로 바쁜 일정을 따라다니며 예전 아이들처럼 놀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줄어든 탓이다.

자치기, 실뜨기, 굴렁쇠를 굴리는 인도 아이들의 밝은 모습을 볼 때마다 내가 어릴 적 친구들과 신나게 놀던 학교 운동장과 골목길을 떠올렸다. 우리가 그런 추억을 마지막으로 간직한 세대가 되는 건 아닌지 하는 두려움과 함께였다. 그런 놀이들을 우리반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체육시간 잠시 짬을 내서 함께 하기도 하지만 내가 그 시절 느낀 그 추억을 아이들에게는 전해지지 않는 것같아 늘 아쉬웠다.
 편해문 선생님은 책에서 왜 놀아야 하는가 묻는다면 "웃기 위해서"라고 대답할 것이라고 했다. 웃음을 주지 않는 놀이. 장난감이나 서양에서 들여온 수많은 교재 교구들은 아이들이 때로 몰두하고 즐거워하기도 하지만 웃음소리를 들을 수 없는 놀이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40분 수업에 10분 쉬는 시간. 그 잠시의 짬조차 아이들은 복도에서 뛰고 씨름하고 장난친다. 좁은 복도와 책상들로 가득한 교실에서 그런 행동들로 다치는 일이 잦아 눈을 부랴리고 소리치고 화장실만 서둘러 다녀와서 다음 수업을 준비하길 종용하지만 이내 까맣게 잊고 또 다시 왁자지껄...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어린시절과 우리반 아이들의 모습이 연달아 떠올랐다.
맘껏.... 원없이 놀아보지 못한 아이들....
아이들의 본성은 뛰고 굴리고 떠드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반대편에서 아이들의 본성을 억누르고 있다.
여기저기 연수를 받으며 연극놀이를 배우고 보드게임을 배우고 아이들과 함께 짬을 내서 나름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아이들에게 그저 놀이방법을 가르쳐 준 것이란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내 어린시절 느꼈던 그 놀이의 느낌... 그걸 우리 아이들에게도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  안쓰러운 녀석들.....

책 속에는 놀이에 대한 편해문 선생님의 생각과 인도 아이들의 사진 그리고 좋은 시들이 잘 배치되어 있다

 

밑줄긋기 ----

업자들이 만들어 파는 장난감은 일정한 꼴을 되풀이해 보여줘 아이들의 상상력을 가두고 마침내 장난감 통으로 쉬이 버려져 생을 마감하기 일쑤다. 아이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기계 부속으로 채워진 놀잇감이 아니라 자신들이 만든 놀잇감임을 인도 아이들이 만든 다양한 놀잇감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생각했다. (166)

요즘 아이들과 놀이를 해보면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는데 지는 것을 못 견디는 아이들 모습이다. 놀이를 하다보면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지 애들이 왜 저러나 당황하게 만든다. ( ... ) 첫 번째 까닭은 아이들이 그 동안 놀이다운 놀이를 해본 경험이 너무 적다는 것에 있을 것이다. 무수한 놀이를 통해 무수한 승리와 패배의 두터운 경험을 쌓을 수 없었다는 말이다. (...) 놀이 밖 현실에서 겪는 승리와 패배의 경험을 즐기고 이겨낼 수 있는 힘을 놀이에서 기를 수 있다. 놀이는 그래서 참 중요하다.
 두번째 까닭은 여럿이 힘을 모아 하는 놀이를 해보지 못한 탓이다.  (197)

두껍이집 짓기 놀이는 동무들끼리 서로 만든 두껍이집을 서로 잇는 굴 놀이로 나아갔던 것 같다. 두껍이 집이 무너지지 않게 터널을 서로 맞뚫어 나가는 놀이 말이다. 조심조심 때로는 기운차게 뚫다가 마침내 동무의 손이 흙 속 저 끝에서 만지작거져질 때 그 느낌을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도 손끝에 그 느낌이 살아나는 것 같다. 마치 손에 눈이 달려 서로를 알아본 느낌이랄까 (211)

놀이는 아이들의 심성에서 출발해서 이해해야 한다. (...) 땅이 있으면 아이들은 어떻게 할까. 시키지 않아도 아이들은 땅을 판다. 농사꾼이 밭을 갈 듯이 아이들이 땅을 판다는 것은 참으로 깊이 들여다보아야 할 대목이 아닐까 싶다. 아이들은 땅을 가는 농부의 마음을 가지고 태어나는 셈이다. (234)

놀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나는 '웃음'이라고 본다. 한마디로 웃으려고 논다는 말이다 (250)

아이들 주변에 웃음을 주지 않는 놀이들이 참 많다. 특히나 장난감과 서양에서 들어온 수많은 교재 교구들을 가지고 노는 놀이 대부분에서 안타깝게도 아이들 웃음소리를 들을 수 없다. 이런 것이 가짜 놀이다. (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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