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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책방 책소식

너는 하늘을 그려, 나는 땅을 그릴께

by 소금별쌤 2015. 7. 8.


김정호와 대동여지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어른들의 기억속에는 백두산과 쇄국정책 그리고 대동여지도를 불태운 관료들에 대한 생각이 먼저 든다. 나 역시 이런 잘못된 역사 이야기를 꽤 오랜 시간 사실로 알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아이들을 가르치기 전에 그것이 일제의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한 식민사관의 일부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나 역시 내게 그 이야기를 들려준 선생님들처럼 잘못된 역사관을 아이들에게 앵무새처럼 전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이 있었다면 그것을 사실로 알고 평생을 살아갈지도 모른다. 김정호와 대동여지도에 대한 이야기가 처음 전해진 것은 1925년 동아일보에 육당 최남선이 글을 쓴 것으로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친일파 최남선의 이 글이 당시 교과서 <조선어 독본>에 그대로 실리면서 오랜 세월 - 어쩌면 지금 몇 몇 선생님들까지도 - 김정호는 지도를 만들기 위해 백두산을 열 번쯤 올랐고 우리나라는 서너번은 왕복했으며 그가 힘들게 만든 대동여지도를 대원군이 외적에게 비밀을 누설하려 했다는 누명을 씌워 지도는 불태워버리고 감옥에 가둬버린다. 라는 잘못된 역사적 사실이 전해지게 되었다고 한다. 


 대동여지도를 만들기 위해 전국을 떠돌아 다니고 백두산을 수없이 올랐다는 전설은 꽤 많은 사람들에게 잘못 알려져 있다. 이 책에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이미 김정호 이전에 조선에는 다양하고 수준높은 지도가 존재하였고 김정호는 이를 수집하고 연구하고 편집하여 집대성한 것이 바로 대동여지도인 것이다. 


 너는 하늘을 그려, 나는 땅을 그릴께 , 토토북 

  설흔 글 | 김흥모 그림 


  김정호와 최한기의 어린 시절 만남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지도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날 수 있는 것도 참 좋았던 책이다. 이제는 운전을 할 때나 낯선 곳을 찾아갈 때도 그저 네이게이션이나 인터넷 지도를 통해 목적지만 입력하면 알려주는대로 아무 생각없이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세상이다. 하지만 인공위성으로 한눈에 바라보는 세상이나 각종 전자기기를 통해 바라보는 길이 아니라 오래 전 눈 앞의 길 밖에 볼 수 없는 세상에서 지도를 만든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책 속에서는 옛 지도의 모습과 지도에 담긴 조상들의 생각도 함께 전해주고 있다. 그동안 생각해 보지 못했던 옛 지도의 의미와 그 속에 담긴 생각을 알 수 있다. 그 뿐 아니라 고산자 김정호, 혜강 최한기 그리고 책 속에서 오주선생으로 나오는 오주 이규경.  각 각 따로 알 고 있던 역사적 인물들이 사실을 지도라는 운명을 통해 이어져있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다.  오주선생의 할아버지가 책만 읽는 바보.. 간서치 이덕무였다는 것도 함께... 

 

 



" 땅은 하늘과 마찬가지도 네모나지 않고 둥글다고. 둥근 물체엔 중심이 따로 없지. 그렇기 때문에 어느 나라건 세계의 중심이 될 수가 있어" (81) 


"지도는 혼자 만드는 게 아니란다. 한 사람의 수고에 또 한 사람의 수고가 더해져야 비로소 지도가 탄생하는 법이다. 서양의 지식에 중국의 지식이 더해져서, 옛 사람의 노력에 지금 사람의 노력이 더해져야 비로소 제대로 된 지도가 탄생하는 법이다. 나 혼자가 아니라 너와 내가 함께 만드는 게 바로 지도란 말이다."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