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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야기

조마구 - 아이들에게 무서운 이야기란

by 소금별쌤 2014. 10. 12.


조마구 | 오호선 글 이수진 그림 | 길벗어린이


 

 초임시절 아이들은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이야기를 자주했다. 그러던 것이 어느 때부터인지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라 공포영화를 보여달라는 요청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의미없는 공포영화를 아이들과 볼 이유는 없다는 생각에 그런 이야기를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말았지만 .. (그거 말고도 아이들과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눌 영화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 소중한 시간을 뒤끝이 찜찜한 공포영화를 보는데 허비할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공포영화를 싫어한다. 겁이 많아서일수도 있고 말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공포영화 뿐 아니라 무서운 이야기도 아이들에게 한 번도 들려준 기억이 없다. 비오는 으스스한 날이면 무서운 이야기 한 자락 듣는 것도 좋은 추억일텐데 무서운 이야기는 불쾌한 경험이라는 생각이 내 안에 쌓여있는 것같다. 조마구 그림책
조마구 이야기의 첫 장면부터 밥을 훔쳐먹는 조마구를 후려치자 조마구가 엄마를 죽여버리는 거다. "조마구는 맞으면 맞을수록 쑥쑥 커져서 어머니를 죽여 나무에 걸어 놓고 사라졌습니다" 이런 엄마의 복수를 위해 길을 떠나는 오누이. 그리고 오누이를 돕는 바늘과 갈퀴. 옛 이야기의 전형을 보여준다. 하찮은 물건이 큰 도움이 되고 괴물은 생각보다 멍청했으며 주인공들은 힘은 약하지만 꾀를 내어 괴물을 물리친다는 이야기. 판화 형식으로 그려진 그림은 거친 질감속에서도 익숙하고 따뜻함을 담아내었고 괴물의 모습도 매우 익살스럽게 그려있어 별로 무서워 보이지 않는다. 짧은 그림책을 읽는 내내 옛 이야기와 공포영화가 떠올랐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무서운 옛 이야기를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하고 자라난 아이들 세대가 찾아낸 공포영화라는 무서운 이야기는 처절한 복수와 잔인함을 담아내고 있다. 옛 이야기 속의 공포는 두려움이라기 보다는 유쾌함이고 쌓였던 불만의 해소지만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무서운 이야기를 담은 만화책이나 공포영화는 피와 소름끼치는 외침만 담은 불쾌한 경험을 마주하게 한다. 선생님 무서운 이야기 하나 들려주세요 라는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이 있으면 이런 옛 이야기 한 자락 들려주어야 겠다. 아니 어느 으스스한 날이면 아이들에게 옛날 이야기 하나 들려줄까 하고 먼저 이야기를 꺼내야겠다. 이 책의 마지막 글에는 무서운 옛 이야기속의 잔인한 이야기를 어떻게 보아야할지 언급하고 있다. "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즐겨 들려주는 이들 말로는, 아이들이 이야기를 생각만큼 잔인하게 느끼고 공포스러워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어릴수록 이야기를 현실적인 사건으로 느끼지 않는다고요...... 현대 연구자들은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잔인한 요소를 무턱대고 잘라 내버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더욱이 어린이가 주인공이거나 아이들이 들어서 좋아함 직한 이야기라면 인생의 진실을 상징으로 보여 주고 어린이의 잠재의식을 건드리는 의미 깊은 이야기라고 하니까요. 그런 이야기들을 보면 처음에 어머니가 죽거나, 자식이 어머니한테 쫒겨 나거나, 어머니가 자식을 세상으로 내보내는 수가 많습니다. 어떤 경우든 어린이가 어머니와 떨어져서 혼자 걸어갑니다. 어머니에게 기대야만 살 수 있었던 시기를 벗어나는 것이지요. 조마구 이야기의 오누이도 그렇습니다" - 여을환 (길벗어린이 옛이야기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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