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6월 9일이 100일째 되는 날이지만 9일은 외부연극수업과 아이들 수영장 가는 날이라 시간이 나지 않아서 10일 학생다모임 시간에 100만남 축하. 6학년 아이들이 기획한 모임. 화요일부터 학교 곳곳에 100일 모임 포스터가 나붙기 시작하니 꼬맹이들이 옹기종기모여 신나라 한다...... 지난해 선생님들의 제안으로 처음 100일 만남 축하행사를 했고 떡을 준비해서 함께 나눠먹었다. 그러자 2학년 이상 아이들이 자기들 1학년때는 안해주고 왜 1학년들만 해 주냐고 난리 난리. 떡은 모두 함께 한덩이씩 나눠 먹었으면서 말이다.
올 해 내가 생활업무를 맡으며 6학년 아이들에게 100일 만남 준비를 6학년이 했으면 좋겠다 했더니 역시나 왜 1학년 파티를 우리가 하냐고 투덜투덜. 자기들은 축하 못받았다고 말이다. 처음엔 그런 아이들에게 너무 실망했다. 그동안 함께 고민하고 아이들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했던 일들이 겨우 이런 이기적인 모습들만 보이는 일인가 싶어서... 마지못해 회의를 하면서 그냥 케잌이나 나눠먹고 말아요 하는 발언을 하는 녀석에게는 아이들 회의에 끼어들어서 뭐라고 한마디 해주고 싶었다. 겨우 눌러 담고 그럼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했더니... 1학년만 축하해 주는 것이 싫단다... 자기들은 축하를 받지 못했는데... 한다.. 그럼 너희들도 함께 축하해 주면 되겠네. 했더니... 좋다한다.
1학년만을 위한 준비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만난지 100일째 되는 날. 6학년은 6학년대로 6학년 교실에서 다시 만난지 100일째. 그제야 신나서 사회자를 뽑고 퀴즈를 만들고... 포스트잇 이벤트를 제안하고.... 1부는 모두가 서로 서로를 축하하는 시간으로 2부는 1학년만을 위한 축하시간으로..축하노래와 케잌커팅!
결국 출발점이 잘못되었구나 싶었다. 아이들에게 왜 이 활동을 해야 하는지 이해 시키지 못하고 .. 교사의 이상만으로 아이들을 설득시키려 했던 것이 문제였다. 아이들은 이기적인 게 아니라 아직 그만큼만 생각을 펼치지 못한 것이었다. 그걸 담아내고 깨닫게 만드는 일이 교사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포스터를 바라보며 하루 하루 손 꼽아 기다리는 꼬맹이들을 엿보고.. 학교와 선생님들, 아이들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를 OX 퀴즈로 만들어 모두가 유쾌한 시간을 만들어낸 아이들을 지켜보며 .. 이걸 다 그만 접어버려! 이 아무 생각도 없는 녀석들.. 실망스런 녀석들... 하며 홀로 열폭했던 일들이.. 한순간에 잊혀진다.
그렇게 아이들도 나도 성장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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