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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별 교실/교실이야기

선생님 새 보러가요 - 캠스캐너 활용하기

by 소금별쌤 2014. 2. 2.





선생님 새 보러 가요 


“선생님 새 보러 언제가요?”

“새보러 가요 쌤~”

‘학교텃밭’이 학교 뒷산 산비탈에 만들어져 있어서 텃밭 가는 길에 새를 만나러 가기로 한다. 그 전에도 텃밭에 가는 일은 잦았지만 새를 만나러 가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떠난 길이 아니라 주변에 어떤 새들이 있는지 하늘을 올려다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 텃밭가는 날은 새를 만나러 가는 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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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대와 달리 새를 만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학교급식 시간에 먹을 상추를 뜯고 고추를 따러 가는 길에 학교 뒷산을 올라 주변을 두리번 거리곤 했지만 새들은 어딘가 꼭꼭 숨어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기를 며칠.
왁자지껄 떠들며 산 속에 숨은 새를 찾아 두리번 거리던 아이들이 이제 조용히 침묵 속에서 기다릴 줄 안다. 모습은 꼭 꼭 감추고 숨어 있지만 새소리는 숲 속에서 들려온다는 것도 함께 알아간다.
그래도 여전히 아이들에게 산에 가는 날은 자유의 시간이며 목표를 향해 무작정 달려가는 시간이었다.
“조금만 더 올라가요”
“저 위에 올라가면 무덤이 있어요. 거기까지만 더 가요”

특히나 남자 아이들은 다른 친구들보다 더 빨리 더 멀리 앞서 가려고 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곤 했다.
한 번은 다른 학년 아이들과 모두 함께 산을 오르는 날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말하는 무덤가까지 오르기로 이야기를 하고 산을 향했다. 나는 산길에서 만나는 꽃들이며 나무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저학년 아이들과 함께 오르다 조금 천천히 올라갔다. 그렇게 처음 모이기로 한 장소에까지 올라가 보았더니 제일 앞장서서 달려간 우리반 남자아이들이 한 명도 없는 것이다. 먼저 도착해서는 다른 아이들 올라오기 전에 얼른 산정상까지 다녀오겠다는 생각으로 서둘러 떠났다가 결국 우리반은 고 녀석들 데리고 내려오느라 점심시간에 늦고야 말았다.
이런저런 우여 곡절을 겪으며 우리반의 숲 속 탐험은 계속되었다. 일부러 새를 만나러 오르는 첫 걸음에서 아이들과 주변의 식물이나 나무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텃밭에 가는 길 , 새를 만나러 가는 길 또는 특별한 목적없는 그냥 걸어가는 길. 그 길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주변에 대해 눈을 마주하고 오래 바라볼 수 있는 그 무언가 하나씩 발견하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몇 주를 다니고 나서야 산에서 본 새며 나무며 꽃이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런 기다림의 시간이 없다면 아이들에게 산에 오르는 길은 내가 목적으로 하는 하나의 목적만 찾아 다니곤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지나가는 말처럼 아이들에게 툭 던져본다.


“이거 이름 아는 사람?”
“꽃이요”
“에이.. 그럼 꽃이지 ^^ 그래도 혹시 어떤 꽃인지 이름 아는 사람없어? 산에 가면 자주 보는 꽃인데…”
한 아이가 자신없는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제비꽃?”

“그래 맞아 제비꽃”

꽃이름을 아는 것이 중요할까? 그냥 이름없는 꽃의 존재를 알아주고 그걸 느낄 수 있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산을 오르기 시작하고 ‘생태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아이들과의 수업을 하나의 주제로 엮어내는 고민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꽃이름을 아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처음 새를 만난다는 핑계를 산을 오르면서 처음에는 그냥 아이들과 함께 산을 오르고 새소리를 듣고 주변을 둘러보는 것만으로 충분한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을 지난 후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다시 나누기 시작했다.
“오늘 산에 가서 본 것 이야기를 나눠볼까?”

“나무요”
“꽃이요”
“제비꽃!!!”

“맞아 맞아 제비꽃”
“그래 오늘 제비꽃 봤지”

“그거 운동장 내려가는 화단에도 있어요”
“우리 지난번에 물고기 묻어준 자리에 놓아둔 꽃이 제비꽃이었어요”

“제비꽃이 어떤 색이었는지 기억나는 사람있어?”

“보라색이요”

“그러면 제비꽃을 한 번 그려볼 수 있을까?
오늘은 산에 다녀온 이야기 3분쓰기를 하고 그 옆에 제비꽃을 한 번 떠올리며 그려보자”

겪은 일을 쓰는 것은 늘상 해 오던 일이라 어렵지 않은 일이었으나 제비꽃을 그리는 것은 쉽지 않았다. 보라색이라는 건 서로 이야기 하며 알고 있지만 꽃잎의 모양이라던지 잎새의 모습은 전혀 떠오르지 않는 모양이다. 결국 아이들은 제비꽃 보러 한 번 더 산에 가자고 졸라댄다. 한 시간 보낼 좋은 핑계거리를 찾은 듯했다.
“아니, 그러지 말고 지금 떠오르는 모습들만 가지고 한 번 그려보자. 그리고 점심시간에 자기가 그린 그림 가지고 가서 제비꽃 찾아서 비교하기. 알았지? 산에 까지 가지 말고 우리 학교 운동장 내려가는 잔디밭 주변에도 제비꽃이 있다고 하니까 거기에서 찾아서 내가 그린 그림이랑 한 번 비교해 보면 될거야.”

산에서 마주한 것들이나 교실에서 키우고 있는 달팽이들이 알에서 깨어나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이다.
꽃의 이름은 안다는 것은 꽃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제비꽃에서 시작된 꽃이름과 꽃그림은 학교 뒷산을 오르는 길에 가장 많이 발견되는 노란색 꽃잎을 가진 꽃으로 이어졌다. 한 달을 넘게 학교 텃밭으로 산으로 걸어가는 길가 평범한 노란꽃이 여러 곳에 피어 있었지만 한번도 그 이름을 궁금해 한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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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아이들의 이야기이기 이전에 교사인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학교에 와서 지난해에도 텃밭을 다니고 아이들과 때론 산에 올랐지만 텃밭에 심어둔 상추며 가지며 고추같은 채소를 돌보는 일이나 목적지를 정한 상태로 산을 오르는 동안 주변의 식물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이다.

어린왕자가 그랬고 빨간머리 앤이 그랬다.
수많은 장미중에 어린왕자에게 소중한 존재가 된 장미 한 송이.
그리고 꽃마다 저마다의 이름을 붙여준 빨간머리 앤.

양지꽃
우리반 아이들에게 양지꽃은 그런 꽃이다.
그동안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던 꽃이 그 날 이후로 아이들의 눈에 매번 들어오기 시작했다.
“여기 있다. 양지꽃”
“애들아 이거 양지꽃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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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동안 학교도서관에 드디어 책이 들어왔다. 특별히 시간을 내어 컴퓨터실에 가서 인터넷 사이트를 찾아가는 것보다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면 더욱 편리하긴 하다. 원하시는 시간 언제든 찾아보기도 하고 화면캡처를 통해 확인한 내용을 저장해 스마트패드를 들고 밖으로 나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 웹사이트나 스마트앱에서 찾을 수 있는 정보는 한정적이고 아직은 아쉬움이 많다. 디지털보다 아날로그가 좋다거나 인터넷 사이트보다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책이 더 좋다는 의미가 아니다. 아직까지 검색을 통해 원하는 정보만 선별해 접하는 정보보다는 도감을 통해 책장을 넘겨가며 만나는 다양한 식물이 아이들에게 더 오래 기억되고 추억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3-05-01_매봉산_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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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로 찾아온 새를 만나고부터 바뀐 생각은 처음부터 인터넷을 검색하고 도감을 찾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직접 만나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


하지만 그렇다고 종이로 된 책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종이책은 종이책 나름의 필요와 의미가 있고 디지털 도서는 그 역시 디지털 도서 나름의 의미와 필요가 있다. 계절이나 장소에 따라 도감에서 필요한 부분만 촬영을 하여 PDF 파일로 변환해 두면 여러 권의 책을 가지고 다닐 필요없이 간편하게 소장하고 관리할 수 있다. 

 (갤럭시노트 화면캡처하기)
[스마트기기로 스캔하기]

그동안 산책 다니던 길에 만난 여러 꽃들이 그냥 꽃에서 제 이름을 찾아 아이들에게 하나 하나 새로운 의미로 다가설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을 함께 보내며 그 꽃들 속에서 몇 몇은 아이들이 지어준 저마다의 이름으로 더 소중한 존재로 아이들에게 기억될 것이다.
그러는 동안에도 또다른 새는 우리 교실을 찾아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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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머리 앤에서]
저 창가에 놓인 꽃의 이름은 뭐지요?
전 아주머니가 저 꽃에 붙인 이름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요.
이름을 지어주지 않으셨다고요?
그럼 제가 지어줘도 괜찮겠지요?
저, 포니는 어떨까요?
여기 있는 동안 저 꽃을 포니라고 불러도 상관없지요?
제발 그렇게 하게 해 주세요
하찮은 접시꽃이라도 이름이 있으면 멋있잖아요?
그래야 제 친구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그저 접시꽃이라고만 부르고 다른 이름이 없다면 접시꽃의 기분이 상할 것같아요.
아주머니도 그냥 여자라고만 불려진다면 싫을실거에요.
그래요. 포니가 좋겠어요.
저는 오늘 아침 침실 창 밖의 벚나무에게도 이름을 지어주었어요.
온통 하얀 꽃으로 뒤덮여 있었으므로 ‘눈의 여왕’이라고 부르기로 했지요.
언제나 꽃이 피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피어 있을 때를 상상할 수도 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