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의 엑스 리브리스, 폭력과 상스러움
엑스 리브리스, 우리말로 옮기면 "...라는 책에서"라는 뜻으로, 과거에 저자가 남의 책을 인용할 때 사용하던 관용구로 이 책은 진중권이 다른 사람의 글이나 주장에 대해 반박하고 비판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작년 홍위병 운운했던 이문열에게 '이문열과 젖소부인의 관계는?'이란 글로 포문을 열더니 급기야 조선일보 독자투고 마당에 '밤의 주필'로 새로운 이름을 떨치기 시작합니다.
그의 글쓰기는 언제나 확고하고 자신만만하며 (그래서 부담스럽기도, 비판받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통쾌합니다. 어설픈 회색분자, 중도주의자의 시대에 자신이 옳다고 믿는바를 자신있게 펼칠수 있는 지식인이 있다는 것이 기분좋고 그가 휘두르는 글에 푹푹 고꾸라지는 적들로 통쾌했습니다. 이런 그의 글쓰기때문에 그를 가리켜 '글로 싸우는 무림 고수'라고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진중권에 대한 통쾌함은 조갑제가 쓴 '내 무덤에 침을 뱉으라' 에 대해 98년 펴낸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라는 책을 읽으면서 확고해집니다.
다음은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의 서문에 진중권이 자기 자신을 소개한 대목입니다.
1963년 세포분열로 태어난 빨간 바이러스 진중권은 86년 서울대 미학과를 마치고
군 적화사업의 일환으로 입대해 병영에서 노태우 후보 낙선을 위한 선동사업을 벌이다 귀환한 뒤, 92년 소련의 '구조기호론적미학'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고, 『 미학강의 』(새길),『 맑스레린주의 미학원론 』(이론과 실천)을 번역하고, 좌익 현대화를 위해 컴퓨터 미학 입문서 『 예술·기호·정보 』(새길)를 번역하고, 청소년을 위한 대중 교양서 『 미학 오딧세이 』(새길)를 집필, 전교조 세포활동을 측면지원하고, 『 춤추는 죽음 』(세종서적)으로 "죽음의 굿판"을 일으키는 등 좌익문화단체('노문연')의 간부로 이 사회에 "문화사회주의자의 헤게모니"를 구축하다가, 무너진 동구사회주의를 재건하라는 지하당의 명으로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에 유학온 이후, 베를린 한국 영사관 앞에서 열린 97년 노동자 총파업 지지시위에 참가하고, 혁명기지 강화를 위해 공화국 북반부에 군량미를 보내고, 교회 주일학교에 침투, 유아들 사이에서 적색 소조 활동을 펴는 등, 일생을 세계적화의 외길로 걸어 왔다.
왜 꼬와?
ㅋㅋㅋ
[폭력과 상스러움]은 이런 그가 <한겨레21>의 비평칼럼 진중권의 엑스 리브리스(ex libris)’ 로 연재된 글을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강철 김영환에 대해, 오페라 박정희를 쓰고 있다는 이인화에 대해, 복거일에 대해, 우익 꼴통(ㅋㅋㅋ 진중권의 표현입니다) 미시마 유키오에 대해 그의 전투적인 글쓰기가 이어집니다.
대학때 시문학과 관련해 개인별 자유주제로 1시간동안 세미나를 진행해야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참여문학 논쟁을 벌인 '이어령'과 '김수영'을 주제로 선택해 수십년전 신문을 뒤적뒤적거린 적이 있습니다.
그때 신문들 속의 글을 읽으며 멋진 시대였다는 생각을 했는데.... 진중권의 글을 읽으며 그 느낌을 새롭게 갖게 됩니다.
# 좌익에게 '노동해방'이 있다면, 우익에겐 이른바 '구국의 결단'이 있다. 좌익에겐 헌정을 파괴하는 혁명이 있다면, 우익에게는 헌정을 중단하는 쿠데타가 있다. 실정법은 오른쪽으로도, 왼쪽으로도 깰 수가 있다 (p.33)
# 홍세화씨가 프랑스에 간지 얼마 안 됐을때 딸이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아빠, 여기 애들은 왜 안 때려?" 이렇게 아이들이 다른 아이를 때리지 않는 문화도 있다 (p.41)
# 동경대 법대 출신 최고의 인텔리 미시마 유키오, 그리고 스스로 '바보'라 불렀던 평화시장의 노동자 전태일. ....이 두 사람의 자살은 같은 종류일까? .... 미시마의 죽음은 어디까지나 국가 권력을 세우기 '위한' 것이었다. 반면 전태일의 자살은 철저하게 거기에 '반하는' 것이었다. 미시마의 할복은 국권을 위한 것이었다. 반면 전태일의 분신은 민권을 위한 것이었다. 미시마가 국가의 주권을 회복하여 일본을 무장력을 갖춘 소위 '정상 국가'로 되돌리려 했다면, 전태일은 그 죽음으로써 국가에 몰수당한 민중의 주권 (=노동3권)을 되찾으려 했다 (p.57)
# 할복의 미적 가치를 지향하는 숭고한 개죽음이 등장한다. 이 일본의 미학이 <이문열 삼국지>의 바탕에 깔려있다. "자신이 충성을 서약한 대상이 옳다고 믿는 바를 위해 기꺼이 피를 흘리고 죽어간 수많은 충신절사들은 삼국지의 갈피 갈피를 수놓는 꽃이다" (p.69)
# 몇 년전 사형수의 영혼을 돌보는 어느 장로님의 기사를 읽었다. 형장에 끌려가는 순간에 오히려 장로님의 다친 다리 걱정을 하더란다. (.........) "더이상 죄인이 아닌 자"를 죽인다. .... 그 장로님은 체념한 듯 사형제도의 존폐는 그냥 '나라에 맡기기로'했단다. 아니다. 기독교인이라면 이럴때 신을 카드로 사용해도 된다. 아니 그래야 한다. '감히 국가 나부랭이가 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p.147)
# 레드콤플렉스는 빨갱이에 대한 공포감이 아니다. 외려 빨갱이 잡는 극성스런 반공 투사들에 대한 공포에 가깝다. 말하자면 언제라도 빨갱이로 몰려 죽을 수도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 (p.198)
#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 박종홍, 국민교육헌장)
재미있게도 이 명문(?)이 위대한 박정희 각하의 작품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래서 그에게 이 '명문'은 원래 박정희의 것이 아니라 철학자 박종홍씨의 것이며, 나아가 메이지 천황의 교육칙어를 베낀 것이라고 해두었다. (p.224)
[ 더 읽을 거리 ]
이문열과 젖소부인의 관계?
http://my.dreamwiz.com/2000baby/jin/column/imunyul01.htm
진중권의 다른 글을 읽고 싶은 분이 혹시 있으시다면... ㅋㅋ
http://my.dreamwiz.com/2000baby/jin/jin.htm
엑스 리브리스, 우리말로 옮기면 "...라는 책에서"라는 뜻으로, 과거에 저자가 남의 책을 인용할 때 사용하던 관용구로 이 책은 진중권이 다른 사람의 글이나 주장에 대해 반박하고 비판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작년 홍위병 운운했던 이문열에게 '이문열과 젖소부인의 관계는?'이란 글로 포문을 열더니 급기야 조선일보 독자투고 마당에 '밤의 주필'로 새로운 이름을 떨치기 시작합니다.
그의 글쓰기는 언제나 확고하고 자신만만하며 (그래서 부담스럽기도, 비판받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통쾌합니다. 어설픈 회색분자, 중도주의자의 시대에 자신이 옳다고 믿는바를 자신있게 펼칠수 있는 지식인이 있다는 것이 기분좋고 그가 휘두르는 글에 푹푹 고꾸라지는 적들로 통쾌했습니다. 이런 그의 글쓰기때문에 그를 가리켜 '글로 싸우는 무림 고수'라고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진중권에 대한 통쾌함은 조갑제가 쓴 '내 무덤에 침을 뱉으라' 에 대해 98년 펴낸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라는 책을 읽으면서 확고해집니다.
다음은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의 서문에 진중권이 자기 자신을 소개한 대목입니다.
1963년 세포분열로 태어난 빨간 바이러스 진중권은 86년 서울대 미학과를 마치고
군 적화사업의 일환으로 입대해 병영에서 노태우 후보 낙선을 위한 선동사업을 벌이다 귀환한 뒤, 92년 소련의 '구조기호론적미학'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고, 『 미학강의 』(새길),『 맑스레린주의 미학원론 』(이론과 실천)을 번역하고, 좌익 현대화를 위해 컴퓨터 미학 입문서 『 예술·기호·정보 』(새길)를 번역하고, 청소년을 위한 대중 교양서 『 미학 오딧세이 』(새길)를 집필, 전교조 세포활동을 측면지원하고, 『 춤추는 죽음 』(세종서적)으로 "죽음의 굿판"을 일으키는 등 좌익문화단체('노문연')의 간부로 이 사회에 "문화사회주의자의 헤게모니"를 구축하다가, 무너진 동구사회주의를 재건하라는 지하당의 명으로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에 유학온 이후, 베를린 한국 영사관 앞에서 열린 97년 노동자 총파업 지지시위에 참가하고, 혁명기지 강화를 위해 공화국 북반부에 군량미를 보내고, 교회 주일학교에 침투, 유아들 사이에서 적색 소조 활동을 펴는 등, 일생을 세계적화의 외길로 걸어 왔다.
왜 꼬와?
ㅋㅋㅋ
[폭력과 상스러움]은 이런 그가 <한겨레21>의 비평칼럼 진중권의 엑스 리브리스(ex libris)’ 로 연재된 글을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강철 김영환에 대해, 오페라 박정희를 쓰고 있다는 이인화에 대해, 복거일에 대해, 우익 꼴통(ㅋㅋㅋ 진중권의 표현입니다) 미시마 유키오에 대해 그의 전투적인 글쓰기가 이어집니다.
대학때 시문학과 관련해 개인별 자유주제로 1시간동안 세미나를 진행해야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참여문학 논쟁을 벌인 '이어령'과 '김수영'을 주제로 선택해 수십년전 신문을 뒤적뒤적거린 적이 있습니다.
그때 신문들 속의 글을 읽으며 멋진 시대였다는 생각을 했는데.... 진중권의 글을 읽으며 그 느낌을 새롭게 갖게 됩니다.
# 좌익에게 '노동해방'이 있다면, 우익에겐 이른바 '구국의 결단'이 있다. 좌익에겐 헌정을 파괴하는 혁명이 있다면, 우익에게는 헌정을 중단하는 쿠데타가 있다. 실정법은 오른쪽으로도, 왼쪽으로도 깰 수가 있다 (p.33)
# 홍세화씨가 프랑스에 간지 얼마 안 됐을때 딸이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아빠, 여기 애들은 왜 안 때려?" 이렇게 아이들이 다른 아이를 때리지 않는 문화도 있다 (p.41)
# 동경대 법대 출신 최고의 인텔리 미시마 유키오, 그리고 스스로 '바보'라 불렀던 평화시장의 노동자 전태일. ....이 두 사람의 자살은 같은 종류일까? .... 미시마의 죽음은 어디까지나 국가 권력을 세우기 '위한' 것이었다. 반면 전태일의 자살은 철저하게 거기에 '반하는' 것이었다. 미시마의 할복은 국권을 위한 것이었다. 반면 전태일의 분신은 민권을 위한 것이었다. 미시마가 국가의 주권을 회복하여 일본을 무장력을 갖춘 소위 '정상 국가'로 되돌리려 했다면, 전태일은 그 죽음으로써 국가에 몰수당한 민중의 주권 (=노동3권)을 되찾으려 했다 (p.57)
# 할복의 미적 가치를 지향하는 숭고한 개죽음이 등장한다. 이 일본의 미학이 <이문열 삼국지>의 바탕에 깔려있다. "자신이 충성을 서약한 대상이 옳다고 믿는 바를 위해 기꺼이 피를 흘리고 죽어간 수많은 충신절사들은 삼국지의 갈피 갈피를 수놓는 꽃이다" (p.69)
# 몇 년전 사형수의 영혼을 돌보는 어느 장로님의 기사를 읽었다. 형장에 끌려가는 순간에 오히려 장로님의 다친 다리 걱정을 하더란다. (.........) "더이상 죄인이 아닌 자"를 죽인다. .... 그 장로님은 체념한 듯 사형제도의 존폐는 그냥 '나라에 맡기기로'했단다. 아니다. 기독교인이라면 이럴때 신을 카드로 사용해도 된다. 아니 그래야 한다. '감히 국가 나부랭이가 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p.147)
# 레드콤플렉스는 빨갱이에 대한 공포감이 아니다. 외려 빨갱이 잡는 극성스런 반공 투사들에 대한 공포에 가깝다. 말하자면 언제라도 빨갱이로 몰려 죽을 수도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 (p.198)
#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 박종홍, 국민교육헌장)
재미있게도 이 명문(?)이 위대한 박정희 각하의 작품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래서 그에게 이 '명문'은 원래 박정희의 것이 아니라 철학자 박종홍씨의 것이며, 나아가 메이지 천황의 교육칙어를 베낀 것이라고 해두었다. (p.224)
[ 더 읽을 거리 ]
이문열과 젖소부인의 관계?
http://my.dreamwiz.com/2000baby/jin/column/imunyul01.htm
진중권의 다른 글을 읽고 싶은 분이 혹시 있으시다면... ㅋㅋ
http://my.dreamwiz.com/2000baby/jin/jin.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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