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이야기
아름다운 사람과 나눈 그림이야기
소금별쌤
2006. 4. 1. 19:59
아름다운 사람들과 나눈 그림 이야기
김현숙 | 아침이슬 | 2001
미술이랑은 어려서부터 전혀 친하질 못했습니다.
미술 시간의 과제들은 친구들의 도움으로 겨우겨우 해결해 나갔답니다.
그러다 학부때 [미학강의]를 들으며 미술에 관한 책을 조금씩 조금씩
찾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어차피 모든 사람들이 예술의 생산자가 될 수는 없는법
그래서 소비자가 되기로 했습니다.
아름다운 사람들과 나눈 그림 이야기는 월간 '말'지에 1998년부터 1999년까지 2년동안 24명의 사람들과 만나 나눈 미술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미술관속에 진열된 작품이 아니라 치열한 삶속에서 만난 미술의 모습을 작가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첫장에 나온 노동운동가 나양주씨와 나눈 그림이야기는 이중섭의 그림입니다.
'그림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 무슨 죄인 양 겸연쩍어 하는 철의 노동자를 보며, 노동자와 미술의 간극이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을 정직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서 소외되고 있는 미술, 서로가 서로를 소외시키는 미술문화가 과연 제대로 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 (p. 14)
'학교 다닐때 참 강렬한 힘을 느끼게 하는 그림이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여러번 생각했어요. 무슨 미술전시회 같은 데를 가본 적도 없고...... 그런데 이 그림이 딱 떠오르더라고요. 힘과 저력을 가진 흰 소가 노동자 같다는 생각 안 듭니까?' (p. 14)
그리고 가수 정태춘은 강요배의 [마파람]을 이야기합니다.
'그림을 처음 보았을때 떠오른 단상을 적은 것이라며 작은 종이 쪽지를 전해준다.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었다. -스산한 바람이 분다. 하늘이 뒤바뀌고 있다. 저 바람 뒤에 무엇이 오는지 나는 안다. 나도 무언가를 준비해야 한다 ' (p. 47)
시사만화가 박재동은 이철수의 판화를...
'그의 판화는 마음 한자락을 탁! 잡아채서 보여주는 즐거움이 있어요. 어릴 적 송사리 잡으러 갔을 때 동네 형이 고무신에 송사리를 잡아서 보여주면 그렇게 신날수가 없잖아요. 그는 이처럼 작은 고무신 같은 어항으로 삶의 여러 결을 드러내는 탁월한 능력을 가졌어요' (p.132)
전 [이프] 편집장 박미라는 케테 콜비츠를..
'이 그림(자화상)을 만난 기쁨은 늘 내가 아닌 내 사진을 보다가 진짜 나를 닮은 내 자신을 만났다고 할까요. 그녀도 여자였고, 인간이었구나 하는 생각, 남자 화가들이 그림 여자 그림은 인간 같지 않은 대상화된 여자들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p. 144)
한국 무용가 이재주는 일본에 위안부로 끌려갔던 김순덕, 강덕경 할머니의 그림을....
'그녀가 보여준 그림은 정규 미술 수업은 커녕 학교라고는 문턱에도 가본 일이 없는 김순덕 할머니의 그림이다. 간호사가 될 수 있다는 말만 믿고 일본군에 끌려가 꽃다운 청춘을 짓밟히고 일본군 위안부가 되어 여자로서 치욕스런 삶을 살아야했던 김순덕 할머니. (.....) 버려진 자수특 위에 세련되지 못한 붓질로 자신의 가슴속 응어리를 조선 처녀와 꽃봉오리로 표현한 [못다핀 꽃]에는 오욕의 역사 한복판에서 숨죽이며 살아야 했던 개인의 상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p. 168)